기술 한계를 인정받는 방식
AI에게 '이건 이 도구로는 안 돼'라는 답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AI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경향이 있거든요. 한계를 제대로 인정받는 것도 기술이었습니다.
기술 한계를 인정받는 방식
AI는 “못 해”라고 잘 안 한다
AI와 일하면서 의외로 어려운 게 하나 있어요. “이건 이 도구의 구조상 불가능해”라는 답을 끌어내는 것.
AI는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어떤 요청을 해도 어떻게든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해요. 실제로 그 방법이 안 통하거나, 통해도 엄청 복잡하거나, 근본적인 한계를 못 넘어서도 일단 시도는 해봅니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는 원하는 걸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려면, 몇 바퀴를 돌아야 해요. 한 번에 “이건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라는 답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오늘 실제로 돈 바퀴
리스트의 정렬 그룹을 접고 펼칠 때, 나는 “리스트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느낌”을 원했어요. 개별 아이템이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리스트가 하나의 면처럼 스르륵 올라가는 그런 감각입니다.
AI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애니메이션 속도를 줄여보고, 각 아이템의 등장 타이밍을 조정하고, 다른 컴포넌트를 써 보고. 제안할 때마다 “이렇게 하면 될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해보면 다 아쉬웠어요.
네댓 번 반복한 뒤에야 AI가 말했습니다.
지금 쓰는 리스트 컴포넌트의 구조상, 각 아이템은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어요. “리스트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게” 하려면 리스트 컴포넌트 자체를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기능들이 망가질 수 있어요.
이게 제가 네 번의 시도 끝에 얻은 답이었어요. 처음부터 이 답을 받을 수는 없었을까? 받고 싶었죠. 하지만 AI는 먼저 “한계”를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았습니다.
한계를 빠르게 인정받는 방법
그래서 요즘은 AI와 대화할 때 일부러 한계를 묻는 말을 자주 합니다.
- “이걸 끝까지 밀고 갔을 때 벽이 있다면 어디야?”
- “이 방식이 안 되는 케이스는 언제야?”
- “이 접근의 근본적인 제약은 뭐야?”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지면, AI도 “할 수 있는 방법 찾기” 모드에서 벗어나 “한계 위치를 먼저 짚어보는” 모드로 전환합니다. 그래야 시도를 줄이면서 빠르게 진짜 불가능한 영역을 인정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원론적으로 안 된다”는 답을 받았을 때, 그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걸 못 받아들이면 또 “다른 방법으로 우회해 볼까요?” 사이클에 빠져요. 어떤 한계는 그냥 한계입니다. 인정하면 다른 길이 보여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결정을 푼다
“이건 안 됩니다”라는 답을 받으면, 처음엔 막힌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그 답이 길을 열어줘요.
“리스트가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건 지금 구조에선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고 나서, 나는 결정을 내렸어요. “그럼 지금 구조를 유지하자. 덩어리감은 포기하는 대신 애니메이션 자체를 빼버려서 깔끔함으로 가자.” 이 결정은 한계를 인정받기 전까진 나올 수 없었습니다. 계속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될 거야”라는 환상이 남아 있었거든요.
한계의 인정은 자원을 정직하게 배분하는 행위예요.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가 분명해져야, 할 수 있는 쪽에 제대로 집중하게 됩니다.
AI의 자신감과 제품 만드는 사람의 현실감
AI와 일하는 사람이 꼭 길러야 하는 감각이 하나 있어요. AI의 자신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감각.
AI는 기본적으로 다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꼭 거짓말은 아니에요. 이론적으로는 대부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과 “이 제품의 이 구조에서 합리적으로 가능한 것” 사이엔 큰 거리가 있어요.
그 거리를 읽는 건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AI가 “됩니다”라고 했을 때 “얼마나 복잡해지는데? 다른 게 망가지진 않아? 이 앱의 원칙에 맞아?”를 묻는 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몫이에요.
AI와 일하는 게 점점 더 재밌어지는 이유도 이거예요. AI는 가능성을 던지고, 사람은 현실의 제약을 쥐고 있습니다. 이 둘이 계속 대화하면서 “진짜 만들어야 하는 것” 이 점점 분명해져요.
할 수 있는 것만이 길이 아니고, 할 수 없는 것도 길입니다. 무엇을 안 할지 정하는 것도 설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