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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 집중한다 — 자동 포커스의 UX

VauDium ·

태스크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상단에 고정되는 자동 포커스 기능의 설계 의도와 사용자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시작하면 집중한다

할 일 목록의 문제

할 일 앱을 쓰다 보면 목록이 길어집니다. 10개, 20개, 많으면 그 이상. 그 중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스크롤하고, 눈으로 훑고, 아 여기 있었구나. 사소한 마찰이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면 피로해집니다.

Fecit에는 포커스 기능이 있습니다. 태스크를 포커스하면 목록 최상단에 고정됩니다. 테두리와 그림자가 다른 태스크들과 구분해줍니다. “지금 이걸 하고 있다”는 시각적 신호입니다.

문제는 포커스를 거는 행위 자체가 한 단계 추가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태스크를 시작하고, 별도로 포커스까지 해야 합니다. 두 동작이 거의 항상 같이 일어나는데, 왜 따로 해야 할까?

자동으로

시작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포커스가 걸리도록 했습니다. 태스크가 STARTED 상태가 되는 순간, 상단 슬롯에 올라갑니다. 별도의 조작 없이.

조건이 있습니다. 이미 다른 태스크가 포커스되어 있으면 자동 포커스가 걸리지 않습니다.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데 다른 게 끼어들면 안 되니까요. 서브태스크도 제외됩니다. 부모 태스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지 목록 최상단을 차지할 일은 아닙니다.

완료하면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끝난 일이 최상단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어보기 vs 그냥 하기

처음에는 “포커스할까요?”라는 모달을 띄웠습니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써보니 번거로웠습니다. 시작 버튼을 눌렀는데 모달이 뜨고, “네”를 눌러야 포커스가 됩니다. 거의 매번 “네”를 누릅니다. 의미 있는 선택이 아니라 통과 의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기본값을 바꿨습니다. 자동 포커스가 기본. 원하지 않으면 설정에서 끌 수 있습니다. 끈 상태에서는 이전처럼 모달이 뜹니다. 하지만 이 모달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동작합니다. 태스크 상세 화면 안에서 시작했을 때는 모달을 띄우지 않습니다. 상세를 보고 있으니 포커스 여부는 돌아와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존재감

자동 포커스가 동작할 때, 사용자가 “아, 포커스됐구나”를 인식해야 합니다. 아무 피드백 없이 슬쩍 올라가면 뭐가 바뀐 건지 모릅니다.

세 가지 피드백을 넣었습니다.

등장 애니메이션. 포커스 슬롯이 나타날 때 살짝 작은 상태에서 원래 크기로 커집니다.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 있어요”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정도.

별 춤. 태스크 옆의 별 아이콘이 한 바퀴 돌면서 맥박치듯 커졌다 작아집니다. 1.5초 동안. 눈길을 끄는 역할입니다.

배경 틴트. 포커스된 태스크의 배경이 파란빛으로 살짝 빛났다가 사라집니다. 신규 생성 시 나타나는 하이라이트와 같은 강도입니다. 과하지 않되, 확실히 눈에 띕니다.

완료의 여운

완료 버튼을 누르면 즉시 포커스가 해제되지 않습니다. 0.4초의 지연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해제했습니다. 완료를 누르는 순간 태스크가 상단 슬롯에서 사라지고 목록으로 돌아갑니다. 기능적으로는 맞지만, “끝냈다”는 감각이 없었습니다. 버튼을 눌렀는데 바로 치워지니까 휙 지나가버린 느낌.

0.4초. 완료 상태로 바뀐 태스크를 잠깐 보여준 뒤에 내려갑니다. 체크가 들어간 순간을 한 박자 느끼고, 슬롯이 접히면서 목록이 올라옵니다. 작은 차이지만 “끝냈다”는 감각이 더 명확해졌습니다.

스와이프는 남겨두다

자동 포커스를 넣으면서도 스와이프로 포커스하는 기존 방식은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시작하지 않은 태스크를 미리 포커스해두고 싶을 때, 이미 다른 태스크가 포커스된 상태에서 바꾸고 싶을 때. 자동이 커버하지 못하는 상황은 항상 있습니다.

자동화의 목표는 수동 조작을 없애는 게 아니라, “거의 매번 같은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한 단계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예외가 있을 때는 수동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본값의 무게

기능을 켤 수 있게 만드는 것과, 기본으로 켜두는 것은 다릅니다. 기본값은 대부분의 사용자가 경험하는 것입니다. 설정을 뒤지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자동 포커스를 기본으로 켠 건, “시작한 일에 집중한다”가 Fecit이 제안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할 일을 나열하는 앱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중심에 놓는 앱. 자동 포커스는 그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는 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