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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 Fecit의 설계 철학

VauDium ·

제목 하나면 충분하되, 원하면 끝까지 깊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이야기.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처음에는 가볍게. 필요할 때 깊게.

말로는 간단하지만, 이걸 실제로 만드는 건 꽤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은 왜 할 일 관리를 포기할까

할 일 관리 앱을 깔고, 열심히 써보고, 어느 순간 안 쓰게 되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몇 개를 깔아 봤는데, 매번 같은 이유로 지웠습니다. 할 일을 하나 적으려는데 날짜를 정하고, 카테고리를 고르고, 우선순위를 매기라고 합니다. 그냥 “장 보기”를 적고 싶었을 뿐인데.

그 귀찮음이 쌓이면 결국 안 쓰게 됩니다. 그리고 안 쓰게 되면 할 일은 다시 머릿속으로 돌아갑니다. 적지 않은 일은 잊히고, 잊힌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가 만드는 진입 장벽이었습니다.

제목 하나면 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하나 세웠습니다. 할 일을 만드는 데 제목 외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자.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계속 유혹이 왔습니다. 날짜 필드를 기본으로 넣을까, 카테고리 선택을 추가할까. “있으면 좋잖아”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가 앱을 지웠던 이유를 떠올렸습니다.

결국 + 버튼을 누르고, 제목을 쓰고, 돌아오면 끝. 거기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 보기”는 제목 하나면 충분합니다. 모든 할 일이 같은 무게를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간단한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준비가 필요한 발표, 단계가 있는 프로젝트, 마감이 있는 업무. 이런 일들은 제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복잡한 일을 다루는 도구를 넣으면, 그 도구가 간단한 일의 진입 장벽이 되지 않을까. 처음의 가벼움을 지키면서 깊이를 더하는 게 가능할까.

오래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모든 것을 선택 사항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설명, 일정, 난이도, 의도, 하위 작업, 회고. 전부 있지만, 전부 숨겨져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만,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됩니다.

이 구조를 잡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기능을 넣는 건 쉬운데, 넣으면서도 안 보이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 균형이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너무 단순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거고, 깊이 들어가면 복잡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간단한 일은 간단하게 끝내고, 복잡한 일은 복잡한 만큼의 도구로 끝내게 만들고 싶었다는 것. 그 의도 하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잘 되고 있는지는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목 하나로 시작하세요. 나머지는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