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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계, 다른 의도

VauDium ·

focused task에서는 압박감 때문에 경과 시간을 숨겼는데, active now 바에는 다시 넣었다. 같은 데이터가 한쪽에선 부담이고 다른 쪽에선 핵심 컨텍스트가 되는 이유.

같은 시계, 다른 의도

한 달쯤 전 focused task에서 경과 시간을 뺐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켤 수 있는 preference 토글로 만들었고, 기본값은 OFF였습니다. 이유는 압박감이었습니다. 내가 집중하기로 한 일에 카운터가 째깍거리면 그건 도움이 아니라 부담이었습니다.

오늘 ActiveNowTaskBar에는 그 카운터를 다시 넣었습니다. 기본 ON, 토글 없음. 정반대 결정이 왜 자연스러운지 정리해두려고 합니다.

두 슬롯의 다른 정체성

Fecit에는 task가 상단으로 올라오는 두 개의 슬롯이 있습니다.

focused slot은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골라서 올린 task입니다. “내가 지금 이걸 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시간을 보지 않아도 압박은 이미 본인 안에 있습니다. 거기에 외부 카운터를 더하면 분이 흘러갈 때마다 시선이 끌리고, 정작 일은 잘 안 됩니다.

active now slot은 다릅니다. 시간대(timetable)가 도래해서 시스템이 자동으로 띄워주는 task입니다. 사용자가 그 자리에 갖다 놓은 게 아니라, 일정표가 “지금 이 시간이야”라고 알려준 것입니다. 사용자는 바를 보면서 “음, 이게 지금이구나” 정도의 인지를 합니다. 여기서 가장 궁금한 건 두 가지입니다.

  • 이 시간대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됐나? (= 늦었나?)
  • 얼마나 남았나? (= 곧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나?)

active now 바는 본질적으로 “지금이라는 시간”에 대한 알림입니다. 시간 정보가 없으면 그 알림은 절반만 작동합니다.

같은 데이터, 다른 의도

같은 데이터(elapsed milliseconds)가 한 곳에선 부담이고 다른 곳에선 핵심 컨텍스트가 되는 이유는, 사용자가 거기 도달한 의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focused: 능동, 본인이 선언. → 외부 카운터는 압박.
  • active now: 수동, 일정표가 띄움. → 시간이 컨텍스트의 일부.

이게 정리되니 토글이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명확했습니다. 토글이 있다는 건 사용자가 “켤지 말지”를 고민할 가치가 있다는 신호인데, active now에서 시간 없는 버전은 빈약합니다. opt-in으로 둘 이유가 없었습니다.

한 칸에 두 값

여기서 작은 문제. 사용자가 보고 싶은 값이 elapsed일 때도 있고 remaining일 때도 있습니다. 일정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 회의: 끝나는 시각이 더 중요 → “남음 12m”
  • 운동: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지가 더 중요 → “경과 18m”

두 값을 동시에 보여주는 안도 시도했지만, 24px 높이의 작은 바에 “경과 18m · 남음 12m”를 넣으니 시각적으로 무겁고 한 번에 두 정보를 파싱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 번에 하나만 보여주되 탭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기본은 elapsed — “지금 흐르고 있는 중”이라는 active now 라벨과 가장 잘 맞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탭하면 remaining으로 바뀝니다. 다음 진입 시에는 다시 elapsed로 돌아옵니다. 상태를 영속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매번 같은 답에서 시작하는 게 학습 비용이 더 적습니다.

짧은 라벨

"경과 1h 23m", "남음 45m". 풀어쓰면 "경과 시간 1시간 23분"이 되겠지만, 12px 폰트의 24px 바 한 줄에 들어가야 합니다. h/m 표기는 한국어/영어 둘 다 즉시 의미가 통하고, 라벨이 짧을수록 시간 숫자 자체가 더 두드러집니다. 숫자에는 fontVariant: ["tabular-nums"]를 줘서 매분 갱신될 때 칸이 흔들리지 않게 했습니다.

회고

같은 정보를 어디에 둘지가 디자인 결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용자가 그 화면에 어떻게 도달했는지의 차이입니다. 두 슬롯이 “비슷한 강조 슬롯”으로 묶여 보일 때는 정책도 통일해야 할 것 같지만, 사용자 의도의 능동성을 축으로 잡으니 정반대 결정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다음에 어떤 정보를 어디 둘지 망설일 때는, 두 화면이 디자인적으로 닮았는지가 아니라 사용자가 거기에 어떻게 와 있는가를 먼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