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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cit.io를 샀습니다

VauDium·

짧은 주소가 갖고 싶어서 71,500원을 썼고, 결제가 끝나자 아까워졌습니다.

fecit.io를 샀습니다

Fecit의 주소는 fecit.vaudium.net입니다.

문제될 건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마다 “fecit 점 바우디움 점 넷”이라고 불러야 했고, 대체로 “바우디움이 뭐냐”는 질문이 한 번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는 회사 이름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제품 주소를 알려주려던 것뿐인데요.

짧은 주소가 갖고 싶었습니다.

분석은 잔뜩 받았습니다

fecit.com을 알아봤습니다. 3만 달러를 불렀습니다.

fecit.io는 71,500원이었습니다. 연 단위입니다.

사기 전에 AI한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답이 길게 왔습니다.

.io는 영국령 인도양 지역의 국가 코드인데, 2024년에 영토 반환이 합의되면서 폐지 여부가 미해결로 남아 있다. 도메인을 옮기려면 코드 47곳을 고쳐야 하고, 그중 몇 개는 실패해도 에러가 나지 않는다. 데스크톱 앱의 업데이트 주소는 빌드 시점에 앱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지금 주소를 없애면 이미 설치된 사용자들은 다음 버전을 영영 받지 못한다. 짧은 도메인은 유입의 곱셈 인자지 원천이 아니다. Supabase도 .io에서 .com으로 옮겼다. .app이 국가 코드 리스크가 없고 더 싸다.

전부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도 결정 근거가 아니었습니다.

.app은 못생겼고, 3만 달러는 낼 수 없고, fecit.io는 짧았습니다. 그래서 샀습니다. 결제는 5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까워졌습니다

결제창이 닫히고 나니 71,500원이 아까웠습니다.

큰돈이라서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서였습니다. 앱은 그대로 원래 주소에서 돌고, 사용자는 아무 차이도 느끼지 못하고, 코드는 한 줄도 고치지 않았습니다. 새 주소가 하는 일은 랜딩 페이지로 넘겨주는 것뿐입니다. 돈을 내고 산 게 리다이렉트 한 줄인 셈입니다.

“잘 산 게 맞나” 하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이번엔 짧아지면 사람들이 더 쉽게 들어오지 않겠냐고, 제가 먼저 근거를 댔습니다. 도중에 알아챘습니다. 이미 산 물건을 정당화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접속이 안 됐습니다

그 상태에서 주소를 열어봤는데 안 들어가졌습니다.

$ host fecit.io
Host fecit.io not found: 3(NXDOMAIN)

존재하지 않는 도메인이라고 나왔습니다. 7만 원 내고 동작하지도 않는 주소를 샀나 싶었습니다. 아까운 마음이 한 번 더 커졌습니다.

내 컴퓨터 밖에서 조회해보니 멀쩡했습니다. 공개 DNS 서버 두 곳 다 정상으로 응답했고, 직접 요청해보니 리다이렉트도 잘 되고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들어가지고 있었고, 못 들어가는 건 저뿐이었습니다.

원인은 제 캐시였습니다. 사기 전에 이 도메인이 비어 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조회해봤는데, 그때 받은 “이 도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겁니다. DNS는 존재하는 답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없다는 답도 기억합니다. 이 도메인의 경우 24시간이었습니다.

궁금해서 한 번 눌러본 대가로 하루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남은 것

하루가 지난 지금도 71,500원은 조금 아깝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대신 이제 “fecit.io”라고 말하면 됩니다. 여덟 글자고, 되묻는 사람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것 하나 때문에 산 거였고, 그건 확실히 얻었습니다. 분석이 아무리 길어도 사고 싶은 이유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7만 원 내고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