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블로그

감, 폭탄, 풍뎅이, 곶감 — 그리고 토마토

VauDium·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입니다. 그래서 집중 타이머 아이콘을 모래시계에서 토마토로 바꾸기로 했어요. 간단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린 토마토는 매번 다른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감, 폭탄, 풍뎅이, 곶감 — 그리고 토마토

뽀모도로(Pomodoro)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입니다. 그 유명한 토마토 모양 주방 타이머에서 이름을 따온 집중법이죠. fecit의 집중 타이머는 그동안 모래시계 아이콘을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생각했습니다. 뽀모도로인데, 토마토를 써야 하지 않나?

간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색 외곽선 아이콘 하나. 둥근 몸통, 위에 잎. 5분이면 끝날 줄 알았어요.

토마토가 자꾸 다른 게 되었다

첫 토마토를 그렸습니다. 둥근 몸통에 잎 몇 개. 보여드렸더니 — “감 같아.”

그래서 몸통을 더 둥글게, 가운데 줄기를 또렷하게 세웠습니다. — “폭탄 같기도 하고.” (둥근 몸체 + 위로 솟은 심지 한 줄. 네, 만화 폭탄이었습니다.)

심지를 없애고 잎을 양옆으로 동그랗게 말았습니다. — “풍뎅이 같애.” (가운데 줄기가 짧으니 양옆 잎이 더듬이가 됐습니다.)

가운데 줄기를 길게 늘리고 몸통을 넓적하게. — “곶감 같애.”

다섯 번째쯤 깨달았습니다. 단색 외곽선으로 둥근 과일을 그리면, 그건 토마토이면서 동시에 감이고 사과이고 폭탄입니다. 빨강도 못 쓰고(단색이니까), 디테일도 못 넣고(14px니까). 둥근 윤곽 하나에 모든 게 걸려 있는데, 둥근 윤곽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어요.

크게 보고 있었다

진단 하나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콘을 화면에 한껏 키워서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쓰이는 곳에선 14px입니다. 크게 보면 거친 구석이 과장돼 보입니다 — 작게 보면 멀쩡한 게 크게 보면 어색하죠. 아이콘은 쓰이는 크기로 판단해야 합니다. 당연한데, 매번 잊습니다.

하지만 크기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진짜 빠진 건 **“토마토만의 결정적 단서”**였어요. 감과 토마토를 가르는 건 몸통의 둥글기가 아니라 칼릭스(꼭지) 같은 디테일이고, 그조차 작은 크기에선 뭉개집니다.

답은 뽀모도로 자신에게 있었다

돌파구는 엉뚱한 데서 왔습니다. “토마토가 가로로 갈라진 모양은 어때요? 뽀모도로 타이머처럼.”

그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뽀모도로 키친 타이머. 그 토마토 모양 타이머에는 가운데를 빙 두르는 가로 이음선이 있습니다 — 윗부분을 돌려 시간을 맞추는 그 라인이요.

둥근 몸통 + 가운데 가로선 하나. 이건 토마토를 반으로 가른 모양이면서, 동시에 뽀모도로 타이머 그 자체입니다. 두 의미가 한 번에 읽혀요. 거기에 통통한 3갈래 새싹 꼭지를 얹으니 — 드디어, 누가 봐도 토마토였습니다. 감도 폭탄도 풍뎅이도 곶감도 아닌.

아이콘 하나 찾자고 다른 과일 도감을 다 헤맸는데, 답은 처음부터 “뽀모도로”라는 단어 안에 들어 있었던 거죠.

교훈

  • 작은 단색 아이콘에선 형태보다 “그 사물만의 결정적 단서”가 중요하다. 둥근 몸통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가로 이음선은 뽀모도로 타이머의 것입니다.
  • 아이콘은 실제 쓰이는 크기로 판단하라. 크게 띄워놓고 다듬으면 없는 흠을 만들게 됩니다.
  • 막히면 사물의 실제 형태로 돌아가라. 토마토를 상상으로 그릴 게 아니라, “뽀모도로”가 가리키는 그 물건(키친 타이머)을 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 토마토 하나에 이렇게까지 진지해질 수 있다는 게, 좀 웃기고 좋았습니다. 좋은 제품은 이런 데서 갈린다고 믿고 싶어요. 집중 타이머를 켤 때마다 보일 그 작은 토마토가, 누군가에게 아주 잠깐의 기분 좋음이라면요.